걷기 여행 전문가 ‘강세훈’

“인생을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보세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으면서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걷기 여행전문가 강세훈(44)씨가 그 주인공이다.

강세훈씨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 화학연구소를 걸쳐 IT 기획 전문가로 일했으며, 현재 걷기 여행 전문가라로  아름다운 우리나라 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조금은 생소한 걷기 여행 전문가의 직업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느리지만 주변을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를 사색하며 걷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많은 걷기 코스를 개발해 사람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 푸르름이 가득찬 가평 잣향기푸른숲.

다음은 강세훈씨와의 일문일답.

-화학 연구소에 있다가 IT 쪽에서 일하게 됐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연구소에 재직하는 당시 인터넷 전용선(LAN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인터넷 접속이 용이했다. 당시 수많은 웹 사이트를 보면서 연구에 필요할 자료를 찾곤 했다. 집에서 인터넷접속을 하려면 모뎀을 통해야만 했던 시대라 ‘연구소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면 더 많은 지식을 얻겠구나’라는 생각에 인터넷 회사로 이직하게 됐다.

– 이직해서 담당했던 일은 무엇이며, 회사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나.

“처음으로 들어갔던 IT회사는 화학 관련 제품을 수출입하는 무역회사였다. 인터넷을 통한 거래사이트를 만들려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관련 제품을 소싱하고, 웹 사이트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이후 지식검색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전문가 지식 사이트와 화학 전문가 섭외, 인터넷 업무제휴를 하는 제휴마케팅업무를 담당했다.”

▲ 가을 걷기길로 유명한 고창 ‘질마재길’.

-현재 걷기 여행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이유는.

“30대 후반부터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게 됐다. 그 당시 IT 회사는 거의 30대가 정년이고, 40대 이후는 직장을 떠나야 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많은 고민을 하던 중 TV의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프랑스의 랑도네(Randonnee)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시청을 계기로 우리나라 ‘숲길’이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는 웹 사이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쳤다. 웹 사이트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숲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혼자서 직접 경험하고,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때부터 숲길에 대한 글과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 서울, 경기 등 괜찮은 길을 직접 답사했다. 또한 네이버 걷기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같이 걷고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걷기 여행전문가는 생소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좋은 길을 찾고 그 길을 사이트에 올리다 보니,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고, 같이 일하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 그 때부터 지자체 둘레길 자문역, 방송인터뷰 등 취재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둘레길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길을 조성하는 일도 했지만, 좋은 길과 안 좋은 길을 소개하는 일도 중요할 거라는 생각에 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상황의 길을 소개해주고, 같이 걸으면서 여행 떠나는 일에 적합한 명칭을 정한 것이 로드 코디네이터(Road Coordinator)였다. 일반적으로 여행전문가. 산행가이드라고 명칭 하는데 나는 나만의 방식인 ‘걷기여행전문가’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 ‘숲찾사’회원들과 함께.

-걷기여행전문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데, 만족하는가.

“처음에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라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정한 ‘걷기여행 전문가’는 ‘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100세 시대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의 직업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행복한 직업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길에 대한 의미, 숲 속을 걸으며 느낀 경험을 이야기해주곤 한다. 걷기를 같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산행이나 캠프 등을 싫어한다. 힘든 산행이나 먹기만 하는 캠프보다 건강한 정신과 풍경을 볼 수 있는 걷기를 좋아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좋은 카페로 선정돼 ‘숲찾사’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숲찾사’를 소개한다면.

“‘숲찾사’는 ‘숲을 찾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산행도 숲을 지나가야 되지만,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우선되는 때가 많다. ‘숲찾사’는 산을 가더라도 정상으로 가는 등산이 아니라 머물기 위한 숲을 찾고, 숲길을 걷는다. 자연 속에서 낮잠도 자고, 쉬어가고, 푸른 풍경을 보면서 마음의 쉼을 추구한다.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힐링’ 또는 ‘숲’ ‘치유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숲찾사’의 모든 회원은 ‘숲’에서 오래 머무르길 즐거워한다. 얼마 전에는 이럼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 네이버에서 좋은 카페로 선정되었다.”

-아름다운 숲길 걷기를 연구하는데 산행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보통 산길은 수직적인 면을 강조한다면, 길(둘레길)은 수평적인 면을 강조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산은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산행 걷기는 별도의 목적지가 없이 ‘숲’의 옆구리를 따라 걷는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산은 앞사람 뒷모습만 볼 뿐 주변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정상에 올라섰을 때만 내려다보는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그러나 숲길 걷기는 걷는 동안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미쳐보지 못했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점이 산행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걷기 여행 전문가는 몇 명이나 되나.

“걷기 여행 전문가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걷기 길을 연구하고, 책을 집필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2~3명뿐 인 걸로 알고 있다. 여행 작가들은 짧은 산책길과 같은 둘레 길을 소개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 동호회는 네이버와 다음에도 ‘걷기여행’ ‘도보여행’을 하는 카페가 많다. 전문 동호회에서 길을 소개하고 회원들과 같이 여행 다니는 길잡이분들도 어찌 보면 ‘걷기여행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길은 산과 달라서,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육도 필요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많은 기업과 행사를 했는데 기업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기업체는 회사임직원 워크숍 여행을 하던가, 아니면 고객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워크숍’ 일정이라는 것이 대부분 산행과 음주, 레포츠활동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나는 자연과 함께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감성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안하고 있다.”

-걷기 여행 전문가를 하면서 보람된 일 또는 안 좋았던 점이 있다면.

“서울 부암동과 북촌마을을 걸을 때였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골목골목 돌아다녀서 나름 코스를 정해 웹 사이트에 올렸었다. 그런데 종로구에서 골목길투어라는 프로그램에 북촌마을길 코스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내가 정한 코스와 똑같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기분은 좋지 않았으나 어찌 되었던 내가 개척한 길이 좋아서 선정됐다고 생각했다. 이 길은 카페회원들과도 투어 했었는데 회원분이 ‘서울 태생인데도 이런 길은 처음 걸어본다고 감탄을 하신 분도 있었다. 내가 개발한 길이 다른 사람들 통해 행복한 길로 기억될 때 가장 보람된다.”

-언제까지 일할 예정이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80세가 넘어서도 체력이 허락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트레일(Trail)길을 걷고 같이 다녀보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캐나다나 북유럽처럼 장엄한 풍경은 없으나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숲길은 여유롭다. 주변을 마음껏 둘러보고, 이야기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걷다 보면 마을을 거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눈으로 보고 걸어야 하고,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주는 예절을 갖는다면 더욱 보람된 걷기 여행이 될 것이다.”

Categories: 이기오의 낙(樂)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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