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꿈꾸는 스토리텔러 김예나 대표

“예술은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는 스튜디오 나나다시를 운영하고 있는 김예나 대표의 말이다.

그녀의 예술적 바탕은 순수와 자유다. 순수의 마음으로 형식을 타파한 작품을 지금까지 만들어왔다.

‘이야기 전개(storytelling)’를 가지고 아마추어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하는 미완성 작품들은  이야기의 본질과 참여를 통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퍅한 도시 속에 버려진 일상의 속에 저만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와 아름다움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베를린 훔볼트대학, 베를린 국립 예술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로 현재 한국에서 열정적으로 영화, 영상, 연극, 파티 총기획 등 약 20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과 한국의 경계선에서 예술 감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김예나 대표를 만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작품의 세계와 클라인 쿤스트 파티 예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김예나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렸을 때 독일로 이민을 가계 된 계기는.

“부모님이 뮌헨에서 유학하셨다. 아예 살기 위한 이민이 아니었기에 학생의 신분으로 나랑 동생까지 네 가족이 방 1.5칸짜리 집에서 검소하게 살았다. 덕분에 아침 일찍 아빠 손을 잡고 갓 구운 빵을 사러 가고, 낮에는 영국 공원에서 산책과 탐험을 하고, 저녁에는 엄마가 읽어주시는 동화책을 들으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체로 평온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다시 한국에 귀국하여 독일로 유학을 간 이유는 무엇인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 가난한 학생들이 헝겊 주머니에 벡스(독일 병맥주) 한 병을 들고 공원이나 노천카페에 앉아 밤새도록 삶과 예술에 대해 떠들 수 있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핫 한 도시인 동시에, 느릿느릿 여유롭게 꿈꾸듯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도시. 유학생활 동안 내가 배운 것은 무엇보다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삶을 향유하는 법이었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독일에 있는 내내 나는 한국 아이였다. 하지만 한국을 오니까 난 독일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난 끊임없이 이방인이었고, 소속감이 없어 괴롭고 외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호기심과 경탄으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낯선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해프닝에 감사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는 사실 삶이라는 세상의 여행자들이 아닐까. 그 후부터는, 한국에서는 독일인으로 독일에서는 한국인으로, 여행객임을 자처하며 하나라도 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설레게 되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독일에서 베를린 훔볼트대학, 베를린 국립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어떤 것을 배우는지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처음에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디지털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독일에 갔다. 카메라만 있으면 영화를 찍어서 영화학교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막상 ‘무언가’를 찍으려다 보니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당연한 듯 살아가고 있는 삶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적 호기심과 다루고자 하는 매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였다. 훔볼트 대학에서는 스칸디나비아학과 미국학을 공부하며 전반적인 인문학적 지식과, 문학, 영화, 미디어학을 배웠다. 그러면서 틈틈이 단편영화를 찍고 베를린의 작은 카페나 페스티벌에서 상영했다.”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원에서는 연극교육학을 전공했는데, 영어로 하면 drama teaching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연극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연극인뿐 아닌 일반인에게도 연극으로 소통하는 법을 전달하고, 배우를 양성하기도 하고 연출도 할 수 있는 폭넓은 배움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아마추어 배우를 등용하는 연극연출법과 스토리텔링이었다.”

-독일에서 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다섯 편의 단편영화와 크고 작은 영상작업들을 하며 영화감독으로의 길을 걷던 중, 연극으로 방향전환을 하면서 세 편의 연극작품의 연출을 맡고, 다른 작품의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독일의 초/중학교와 극장, 페스티벌에서는 스토리텔러로 활동했으며, ‘번역될 수 없는 뭉클함과 클라인 쿤스트파티라는 전시의 기획과 큐레이팅을 했다.”

▲ 스토링텔링 연극무대에 참여한 배우와 관객 모습.

-앞으로는 어디서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고 그 이유는.

“당분간은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 온 힘을 다하고 싶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파동은 엄청나다. 단순히 K-Pop 이나 드라마의 한류열풍에 대해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예술가들의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동시에 새로운 자극에 목마른 관객들이 카메라와 SNS를 이용하여 문화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며 순수예술과 대중매체가 함께 발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좋은 관객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자극을 주고받고 경험하고 소통하며 한국의 관객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귀국 후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은.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에너지에 휩쓸려 몹시 바쁘게 살고,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프로젝트 약 20개를 했다. 남해 섬 예술축제, 포항국제공연예술제, 여주 오곡나루 축제, 창작공간연극축제, 마로니에 여름축제, 등의 각종 축제에서 로드씨어터, 연극,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클라인 쿤스트 파티 총 기획 및 예술 감독, 바이럴 광고영상을 찍고, 대학로에서 연극작품을 올리고, 전시에 참여하고, 베를린에서 온 감독의 영화작업에 참여하고, 무용워크숍을 하고, 아시테지나 각종 심포지엄에서 질의나 통역을 하며 지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 나나다시는 무엇인가.

“studio 나나다시는 2012년 한국에 와서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배우와 연출, 스텝 모두가 솔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예술성을 200% 발휘할 수 있고, 관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의 방식을 연구하는 신생극단이다. 하지만 다른 극단과 다르게 사진작가, 조향사, 미디어아티스트, 설치미술가 등의 예술가들이 함께 하고 연극만이 아닌 다른 다양한 작업을 함께 시도 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이라는 명칭보다는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대에서, 혹은 일상 삶 속에서 <나>와 <나’> (나 다시)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의 <나 나다시>이다. ‘로드무비’의 개념에서 출발한 ‘길거리 공연(로드시어터)’, 피나 바우쉬의 ‘탄츠테아터’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임 연극’, 그리고 , 이야기 전개(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창신동의 봉제 골목, 홍제동 인왕시장, 광화문과 한강 등에서 장소특정형의 연극 (site-specific theater)도 하고, 대학로의 소극장이나 지방 축제에서도 공연을 올리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의 첫 작품으로는 서울 연극제의 ‘미래야 솟아라.’ 부문에 선정되어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를 각색하여 만든 ‘당신은 지금 고도를 기다리고 있습니까?’를 공연한다. 추상적인 기준으로 배우를 뽑기 때문에 오디션은 서류심사도 에세이 형식으로 받고, 실기는 워크숍과 1:1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약 70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3명의 배우가 함께하게 되었다.”

-클라인 쿤스트 파티(Klein Kunst Party)를 기획했는데 쿤스트 파티를 소개하자면.

“독일어로 작은 예술(klein kunst)을 의미하는 이 축제는 회화뿐 아니라, 가구디자인, 조향, 음악, 문학, 설치미술, 패션, 연극, 스토리텔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40 여명의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협업(콜라버레이션)프로젝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의 파티이다. 2009년 베를린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어느덧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년 여름에 논현동의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그 8회째를 선보이며 점차 규모가 커졌다.”

“이 작업은, 파티가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도 대부분 미완성이다. 밑그림만 그려놓은 캔버스에 색을 입히고 덧칠하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림이 되고, 관객들이 손뼉을 치고 입으로 내는 소리에 맞추어 음악가들이 곡을 연주하거나 관객들이 주는 대사로 즉흥적으로 연극이 이루어지는 등, 관객들은 감상만 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여 작품을 함께 완성해 나간다.”

한국에서 개최된 클라인 쿤스트 파티에 참여한 작가들.

-얼마 안 있으면 베를린 영화제 때문에 출국하게 되는데 가서 어떤 일을 하는가.

“VIP 관리(guest management)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베를린 영화제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영화제에 참여하는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안내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공항에서 감독이나 프로듀서, 배우들을 픽업하여 리무진에 태우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세계각지에서 오는 손님들을 가장 처음으로 맞이하여 베를린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흥분과 설렘을 공유하는 일은 내게 한때 몸담았던 영화 쪽 세계와의 끈을 이어가게 한다.”

-한국과 독일의 문화를 엮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만들어 가고 싶은가

“단발적인 작가와 작품의 교류를 넘어서 서로의 문화권 안에서 생활하고 경험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고, 전시 할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프로그램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참여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조금 더 지속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방안을 고민하여 다음세대(next generation)으로 이어지고, 관객에게까지 그 교류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의 문화적 특성을 연구하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통으로 소통 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어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예나 대표의 앞으로의 포부는.

“클라인 쿤스트 파티도, studio 나나다시도 꾸준히 발전시켜 예술가들에게 본인의 창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예술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길거리 공연(road-theater) 와 이야기 전개(storytelling) 은 현재 내가 가장 에너지를 쏟는 영역이다. 늘 쫓기듯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의 풍경 속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간은 갈수록 소중해지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던 돌벽의 작은 틈새에 난 꽃, 버려진 칫솔, 엉킨 전선 등 – 주변의 크고 작은 소품들을 발견해 나가며 매일 걷던 거리가 마법의 공간으로 변하는 시간이 길거리 공연(로드 씨어터)의 매력이다.”

Categories: 이기오의 낙(樂)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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