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백색증 아이 향한 막말로 본 우리 사회 수준…

“애가 왜 이래? 할머니네.” “여보 이리 와바. ‘이것’ 좀 봐봐.”

백색증을 앓는 아이에게 쏟아진 막말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삿대질과 냉대가 네 살배기 아이를 향해 쏟아졌다.

 

 

 

“할머니 같다”는 막말부터 ‘신기하다’며 몰래 사진을 찍어 가는 사람들까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은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했다. KBS2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 백색증 아이 고민 사연은 대한민국에서 다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서는 “제발 예쁜 제 딸에게 상처 좀 그만주세요”라는 고민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민 주인공은 이날 “사람들이 딸을 보며 쑥덕거리는 걸로도 모자라 ‘아이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 된다는 거절에도 사진을 찍어간다는 말에 정찬우는 “왜 이럴까 참”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냉랭한 시선을 감당하는 것은 예삿일 이었다. 마트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 내보내세요”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특히 한 남자는 멀리 있는 아내에게 “여보 이리로 와서 ‘이것’ 좀 봐봐”라고 했다고 말해 경악케 했다. 남들과 다를 뿐인 아이를 ‘이것’이라고 지칭한 셈이다.

 

 

독한 사연에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던 신동엽조차 “미친 거 아냐”라고 화를 낼 정도였다. 대중들의 막말과 시선 폭행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한 아이가 자신의 아이 옆에 서 있자 부모가 전염병에 걸린 애처럼 취급하며 자신의 아이를 확 낚아채는 일도 있었다.

고민 주인공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4세 아이가 자신의 뒤로 숨거나, 고개를 떨구고, 품에 폭 안긴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아이가 백색증에 관해 질문하면 “‘너는 특별한 아이야’, ‘특별하게 태어난 아이야’라고 설명을 해준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이는 아빠의 유전으로 인해 앞머리가 하얀색으로 변하는 백색증을 앓고 있었다. 고민 주인공의 남편은 “많이 속상하다. 딸을 보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속닥거리고 심지어는 내기도 하더라”고 고개를 떨궜다.

고민 주인공은 “차라리 귀농을 하거나 홈스쿨링을 시키거나, 이민까지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신동엽은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픈 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 이 나라를 떠나고 선진국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 후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되게 행복하게 잘 산다. 그 당사자들이 불편할까봐, 굉장히 큰 실례를 범할까봐 속으로는 잠깐 눈이 갔다가도 전혀 눈치 안 채게 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하더라”며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거기 와서 뭐라고 이야기하고 쳐다보며 손가락질하고 사진을 찍는 게 얼마나 무식한 짓이냐”고 시선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사실 백색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의 사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고민 사연으로 나오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때마다 “편견없이 봐달라”는 MC진들과 패널들의 호소와 일침이 이어졌지만,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쏟아지는 막말과 사회적 편견…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가 여실히 보여지는 회차였다는 평가다.

이진호 기자 zh@gioami.co.kr

Categories: G-ISSUE

Tags: ,,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