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OTT 앞에 서면 작아지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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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빈 에디터 = 2월 2주차 개봉 영화 및 최신 영화에 대한 간단 평을 300자 분량으로 정리했다.

◆자꾸 움츠려드네…’나일 강의 죽음'(2월9일 개봉)

이 영화가 직면한 난제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는 게 집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를 즐기는 것보다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온갖 수사물에 익숙한 현대 관객을 상대적으로 단순한 고전 추리소설의 스토리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분명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 때로 우아하고 유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저 두 가지 벽 앞에서 ‘나일 강의 죽음’은 자꾸만 작아진다. 이젠 정말 OTT의 시대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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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만들었는데 싱겁다…’나의 촛불'(2월10일 개봉)

지지하는 정치 세력이 명확한 배우 김의성과 주진우 에디터가 연출을 맡았다는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싱거운 작품이다. 2016년 말에 시작돼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를 되짚는 이 영화는 담고 있는 내용이나 당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 그 어떤 것도 새롭지 않다. 촛불 시위 복습 정도랄까. 영화 안에 있는 내용보다는 이 작품이 의도적으로 담지 않은 특정 인터뷰이의 인터뷰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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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미션…해적:도깨비 깃발(상영 중)

‘해적:도깨비 깃발’에 대한 가장 생산적이지 못한 비판은 이런 것들이다.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스토리에 개연성이 크게 부족하다거나 액션 장면 역시 평범한 수준이라는 지적 같은 거 말이다. 애초에 시도할 생각이 없던 것들을 왜 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드는 건 허무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적:도깨비 깃발’은 러닝 타임 2시간을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데 모두 쓴다. 그렇다면 판단 기준은 하나다. 웃기냐 안 웃기냐. 이 영화는 아마도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빵빵 터지지 않고 피식대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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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싱겁지?…킹메이커(상영 중)

정치 영화보다 현실 정치가 더 영화 같다는 것. 문제는 이거다. 이 영화가 그리는 것 중 하나인 ‘금권(金權) 선거’나 ‘뇌물 줬다 뺏기’ 같은 정치 공작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판과 비교하면 평범하기만 하다. 우리가 최근 매일같이 본 뉴스는 ‘김건희 녹취록’과 ‘형수 욕설’ 그리고 ‘무속 논란’과 ‘대장동 비리 의혹’이었다. 어떤 게 더 자극적인가. ‘킹메이커’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개봉하는 건 오히려 이 영화엔 악재가 아닐까. 물론 설경구·이선균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변성현 감독의 연출도 대체로 매끈하다. 그러니까 문제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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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제2의 전태일…미싱타는 여자들(상영 중)

평화시장엔 전태일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곳엔 여성 노동자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는 이렇게 얘기한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은 물론 위대하지만 전태일만큼이나 노동자 권리 보장을 외친 여성들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아직 살아있고 기억되지 못할 뿐이다. 이 여성 노동자는 우리 사회 최약자였다. 집 안에선 차별받았고, 집 밖에선 학대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 어렸다. 그런데도 그 여성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 이 여성들이 이제서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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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걸작…드라이브 마이 카(극장 상영 중)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감독이다. 그는 올해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현재 일본 영화계 최전선에 있는 예술가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챙겨봐야 한다. 이 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기만 하다. 하지만 러닝 타임 3시간을 다 견디고 나면 눈으로 보지 못한 화염을 분명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마구치는 오래 전 딸을 잃고 이젠 아내마저 떠나보낸 한 남자의 침묵 속에서 그 길을 들여다본다.

◎지오아미 코리아 jb@gioa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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